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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04 [Review]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Sicario, 2015)

*본문에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칸 영화제 공개이후 굉장히 좋은 반응을 얻었던 드니 빌뇌브 감독의 최신작이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여성 주인공이 이끌어나가는 범죄물이 보기 쉬운게 아닌만큼 개봉되자마자 좀 욕심을 내서 황급히 보고왔습니다. 예상과 달리 상영관을 별로 못잡아서 빨리 내릴 것같은 불길한 예감도 있었구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카리오는 제가 생각했던 범죄액션물은 아니었습니다. 그렇다고 등장인물들간 두뇌싸움이 주를 이루는 첩보물도 아니구요. 이런걸 기대하고 극장에 간다면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시카리오가 제 취향의 영화는 아니었어요. 애초에 시원스런 액션은 뭐 드니 빌뇌브 전작들의 느낌을 대강은 아는터라 기대도 안 했었지만, 이런 영화일줄은 몰랐어요. 감독의 전작으로 따지면, 그을린 사랑보다는 프리즈너스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전 프리즈너스를 별로 재밌게 보지 못했는데, 영화가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지는 이해가 갔지만 그걸 전하는 방식이 좀 저와 맞지 않았습니다 . 차갑고 담담한 분위기 속에서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이게 감상하다보면 뭔가 불편함을 준달까요? 뚜렷한 기승전결없이 전전전결로 이루어진 영화의 구성도 보다보면 심리적으로 사람을 너무 지치게 한달까.. 보는내내 힘들었다는 표현이 딱 맞는 영화였습니다. 프리즈너스보다 불편함은 덜했지만 지나치게 힘이 들어가있다는 인상을 지울수가 없었어요.[각주:1] 조금만 더 완급조절을 해줬다면 더 좋지않았을까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에밀리 블런트는 정직하고 올곧은 케이트 역할을 잘 해냈습니다. 케이트는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는 좋은 주인공이죠. 하지만 그녀의 연기와 무관하게 알레한드로의 숨겨진 의도가 드러나는 후반부부터 케이트는 관객들의 시선에서 한 발짝 벗어납니다. 알레한드로 캐릭터의 정체는 분명 내용전개상 예상하지 못했던 좋은 반전이었어요. 하지만 반전과 함께 케이트 캐릭터는 급격하게 힘을 잃고 스포트라이트가 알레한드로에게 넘어가면서 들러리로 전락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거대한 권력과 부패앞에서 한없이 무기력해지는 케이트의 모습은 분명 기존 권선징악식 결말에 익숙한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와요. 하지만 영화내내 고군분투하던 우리의 주인공이 결국은 이용만당하고 끝난다니 허무함이 밀려오는걸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영화가 주고자하는 메시지라면 어쩔 수 없지만, 주인공으로서 케이트의 존재감마저 공허하게 느껴지게해서 과연 좋은 선택이었는지는 의문이 듭니다.

 시카리오는 분명 좋은 반전과 관객을 압도하는 결말까지 군더더기없는 범죄물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전반을 지배하는 지나치게 싸늘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모든 관객들의 취향에 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저와 드니 빌뇌브 감독은 인연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담담한 어조의 차가운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적극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덧붙여 드니 빌뇌브의 영화를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관객들에게도 시도해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드라마가 작가의 꽃이듯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지 않습니까?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취향의 감독을 찾기위해 이 영화 저 영화 가리지않고 시도해보는 것도 분명 도움이 될겁니다. 시나리오에 깊은 무게감을 더하는 드니 빌뇌브 감독의 연출력이 괜히 인정받는 것은 아니니까요.


+ P. S. : 언젠가 멕시코 카르텔처럼 IS에 맞서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도 나오지 않을까요? 왠지모르게 현 시점에선 IS의 콧털을 건드릴만큼 대담한 감독/스튜디오는 없는것 같긴 합니다. 요새는 IS가 하도 악명을 떨쳐서 멕시코 카르텔얘기는 사회면에서 쏙 들어가버린 느낌이예요.

  1. 특히 배경음악도 여기에 한 몫하구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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