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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30 [Editorial] '좋은 영화들은 과대평과 되었다'

 미국의 영화전문 사이트, 콜라이더(Collider)에 실린 사설 중 공감가는 사설이 있어서 번역해봅니다. 어느정도 의역이 있음을 감안하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영화들은 과대평가 되었다 

맷 골드버그, 3. 8. 2018


 영화를 '좋다', '나쁘다'로 구분하는 것은 매우 쉬운 일입니다. 평론가들의 그러한 평가를 바탕으로 영화를 '신선함' 또는 '썩음'으로 분류하는 로튼 토마토의 성공은 이러한 관념을 더욱 굳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질은 그렇게 간단한 평가만으로 가름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이건 좋은 영화가 아니다"라고 치부한다면 영화가 가진 뉘앙스나 특이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단순히 '좋은' 영화라고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는 그 영화가 그저 논란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불쾌하지 않고', '안전한' 영화라고 생각하게 만들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을 불쾌하지 않게하는 영화들과 실패할 여지가 없는 영화들만 존재한다면, 항상 성공적이진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고 볼 가치가 있는 영화들은 설 자리를 잃을 것입니다.

 지난 주, 20세기 폭스사는 레드 스패로를 공개했습니다. 이 영화는 로튼 토마토에서 49%의 신선도를 기록했고, 시네마스코어[각주:1]에선 B를 받았습니다. 박스오피스에서는 1,700만 달러 수익을 기록했습니다. 레드 스패로는 액션 영화로 마케팅 됐지만, 실제 영화는 액션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공개된 예고편을 보면 반야(마티아스 쇼에나에츠)가 도미니카(제니퍼 로렌스)에게 "넌 재능이 있어. 생존하는 법을 알아."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영화에서 그의 대사는 "넌 사람들을 꿰뚫어 볼 줄 아는군. 늘 다른 사람보다 한 발 앞서는구나."였습니다. 레드 스패로의 예고편은 섹스와 폭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은 명백하게 팔리는 요소들이니까요. 하지만, 레드 스패로는 섹스와 폭력에 관한 영화가 아닙니다. 명백히 말해, 20세기 폭스사는 (헝거 게임 후속편들을 감독한) 프란시스 로렌스에게 2시간 20분이나 되는 성폭력에 관한 영화를 만들게 놔뒀습니다. 스파이 장르 요소를 갖고 있긴하지만, 레드 스패로를 액션 스릴러로 보긴 어렵습니다. 레드 스패로는 어려운 영화입니다. 늘상 먹히는 영화는 아니죠. 하지만, 이런 영화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입니다.

 레드 스패로의 존재는 지난해 2월 폭스가 내놓은 또다른 기이한 영화, 더 큐어[각주:2]를 생각나게 합니다. 더 큐어의 시사회에 갔을 때, 저는 영화가 2시간 26분이나 된다는 소리를 듣고, "말도 안돼! 폭스사가 고어 버빈스키에게 4,000만 달러를 주고 2시간 반이나 하는 공포영화를 만들게 해줬을리가 없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폭스사는 그랬습니다! 그 영화는 미친 영화였어요! 더 큐어도 늘상 먹힐만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세가지 스토리라인이 하나로 충돌하고, 놀라울 정도로 이상했지만, 떨쳐버리기 힘들고, 시각적으로 황홀한 영화기도 했습니다. 영화의 모든 것이 효과적이진 않았지만, 버빈스키가 어쨌든 그런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영화였습니다. 더 큐어는 로튼 토마토에서 42% 신선도를 기록했고, 시네마 스코어에서는 C+를 받았습니다.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 2,600만 달러밖에 수익을 내지 못했죠. 숫자로만 보면 더 큐어는 '실패작'입니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평가는 패스할만하다고 여겨지는 영화들보다 버빈스키의 영화가 더 강렬한 면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짓입니다.

 로튼 토마토 사이트를 둘러보신다면, 86%의 '신선함' 평가를 잘 유지하고 있는 다키스트 아워를 보실 수 있을겁니다. 다키스트 아워는 3,000만 달러 예산으로 만들어져 지금까지 1억 3,500만 달러의 전세계 수익을 올렸습니다. 현 추세로 봐서는 오스카 남우주연상과 분장상도 따놓은 당상으로 보입니다. 다키스트 아워는 브루노 델보넬의 환상적으로 촬영이 돋보이는 처칠 전기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를 두 번이나 봤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큰 인상을 받진 못했습니다. 좋은 영화긴 하지만, 조 라이트 감독의 전작인 오만과 편견이나 한나처럼 관객을 끌어당기는 맛은 없었습니다. 딱히 어느것도 지적할만한 점이 없는 탄탄한 영화지만, 멋진 촬영과 강렬한 주연진의 연기를 제외하면, 다키스트 아워는 잊어버리기 쉬운 영화입니다. 물론, 조 라이트 감독은 감독의 야심과 기이함이 조화롭지 못한 실패작, 팬과 같은 영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말이죠.

 영화를 '좋다', '나쁘다'로 단순히 구분짓는 행위는 우리로 하여금 주목할 만한 나쁜 영화들을 지나치게 합니다. 애초에 '나쁜' 영화란 없다는 말을 하고싶은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로튼 토마토의 신선도 같은) 숫자는 당신에게 성공적이지 않은 영화가 줄 수 있는 재미나 흥미로운 점들까지 담지 못합니다. 지난해 개봉했던 발레리안: 천 개 행성의 도시는 문제점이 많은 영화였습니다. 끔찍한 캐스팅과 긴 상영시간, 주인공 밸런스도 나빴고, 스토리는 큰 문제들로 점철돼있었습니다. 하지만, 우주정거장이 '천 개 행성의 도시'인 '알파'로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 오프닝 크레딧 씬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단편영화 수준이었습니다. 대화도 거의 없이, 인류와 종들이 더 크고, 발전된 세계를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보여주었습니다. 특수기술이 있어야만 들어갈 수 있는 차원에서 펼쳐지는 소동극을 보여준 '빅 마켓' 시퀀스도 매우 기발했습니다. 발레리안은 로튼 토마토에서 49% 신선도를 받고, 시네마스코어에서는 B-를 기록했습니다. 영화는 1억 7,750만 달러의 예산을 들여 전세계 박스오피스에서는 고작 2억 2,5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데 그쳤습니다.

 이런 영화들을 제가 보다 편한 위치에서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평론가 시사회를 통해서 저는 레드 스패로와 더 큐어, 발레리안을 남들보다 더 일찍, 공짜로 볼 수 있었습니다. 평범한 관객들은 무비패스[각주:3]를 가지고 있거나, 비싼 티켓값을 지불하고 극장까지 갈 시간과 열의가 없다면 힘들일이죠. 평범한 관객들에게 모든 영화는 일종의 도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그만큼 관객들의 돈과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블랙 팬서와 같은 영화는 상대적으로 도박성이 낮은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마블 영화는 계속해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고, 영화는 꽤 괜찮아 보이며, 로튼 토마토에서 97% 신선도를 기록하고 있으니까요. 당신이 블랙 팬서를 싫어하게 되더라도, 그 영화가 좋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는 충분할 겁니다. 더 큐어와 비교해보면, 데인 드한 주연[각주:4]에, 장어로 가득찬 욕조에 들어간 여자가 나오고, 로튼 토마토 42% 신선도를 기록한 영화보다 블랙 팬서는 진입장벽이 훨씬 낮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가 컴포트존에서 벗어나서 인기에 대한 비평적 합의를 얻은 영화들보다 영화, 그 자체를 존중할 수 있을 때 더 나은 관객이 될 거라 믿습니다. 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이나 마셜 같은 영화들이 특별히 잘못된 것은 없습니다. 쥬만지: 새로운 세계와 미녀와 야수 같은 블록버스터 히트물들도 잘못된 건 없죠. 너무나 많은 엔터테인먼트 선택권이 있는데, 굳이 반복적으로 성폭력을 다루는 레드 스패로 같은 영화를 보러 극장에 가는 것이 무거운 일이란걸 이해합니다. 왜 돈을 내고, 극장에 가서, 굳이 불쾌한 경험을 하겠습니까?

 이유는 그런 영화들을 감상하는 것이 당신을 성장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우리는 새로운 음식을 먹어보고, 새로운 경험들을 시도해봅니다. 우린 틀 속에 갇힌 사람이 되기 싫으니까요. 너무나 자주, '좋은' 영화들만 보러가는 것은 우리 자신이 도전하지 못하게 하고, 배우지 못하게 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지 못하게 방해하는 일입니다.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는 영화들에겐 늘 자리가 있을겁니다. 저 또한 빅 식이나 히든 피규어 같은 영화를 기꺼이 추천하겠어요. 하지만, 관객들이 도전하길 더 주저한다면, 우리가 그만큼 놓치는 것도 많을 것입니다. 미친 것처럼 보이는 영화를 개봉주를 사수해가며 매번 보러가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저 당신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영화들에게도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환상적인 실패작, 뮤트[각주:5] 같은 영화를 아무런 리스크 없이 볼 수 있는 넷플릭스가 그런일을 시도하는데 가장 이상적이죠.

 좋은 영화들이 '좋은'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의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있다면, 당신이 생각하기에 당신에게 가장 좋은 영화를 선택하세요. 하지만, 주말 오후에 2시간 반 정도 여유가 된다면, 당신의 컴포트 존에서 한 번쯤 벗어나 보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당신은 좀 더 나은 영화팬이 될 것입니다.

  1. 개봉 당일 관람객들의 평가를 기반으로 A+부터 F까지 13가지 등급으로 영화에 평가를 매기는 시장조사업체. 공교롭게도 제니퍼 로렌스가 주연했던 마더!가 F(!)를 받아 큰 화제를 모았었죠. 웬만큼 망작도 B정도 등급을 받기 때문에 F등급은 정말 특이한 케이스였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2. 원제 - A Cure for Wellness [본문으로]
  3. 매달 일정금액을 내면 극장에서 매일 한 편씩 보고싶은 영화를 볼 수 있는 서비스라고 합니다. 정액제로 극장관람을 한다고 보면 됩니다. [본문으로]
  4. 주연 작품이 연달아 실패하면서 어째 흥행쪽박 배우 이미지가 생긴것 같습니다. [본문으로]
  5. 더 문과 소스 코드를 연출했던 던칸 존스 감독의 신작.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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