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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8.17 [Review] 스타트렉 비욘드(Star Trek Beyond, 2016)

 스타트렉 시리즈가 3년만에 돌아왔습니다. 비기닝으로 겨우겨우 소생하는데 성공한 시리즈를 한순간에 다시 나락으로(...) 떨어지게했던 다크니스의 악몽을 생각하면 지금도 부들거리지만, 비기닝과 캐스트에 대한 미련때문에 결국은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스타트렉 시리즈가 좋은 이유가 등장인물 수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각자의 개성은 살아있으면서 환상적인 앙상블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이번 후속편은 다시 이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린편입니다. 비욘드에선 초반부터 엔터프라이즈 대원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는데, 이게 전편들에서 보지못했던 조합으로 이뤄지면서 굉장히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스팍+커크 관계 중심의 전개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합들이 선보이는 잔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앙상블 영화에서 캐릭터들을 분산시켜놓으면 위험부담이 큰데, 적절한 비중배분과 속도감있는 전개에 성공했다는 점은 칭찬할만하다고 봅니다. J. J. 에브람스를 대신해 저스틴 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지만, 이렇게 시리즈 자체의 매력을 잘 살려놓은덕에 오히려 다크니스보다 더 비기닝의 직속후계같은 느낌이 듭니다. 저처럼 비기닝을 좋아했던 분들은 정말 재밌게 즐길 수 있으실겁니다.

 새로운 캐릭터의 합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 점도 좋았습니다. 시리즈물에서 새로운 캐릭터의 합류는 늘 양날의 검입니다. 잘못하면 계륵같아져버리고, 안 하자니 신선함을 주기 힘들고.. 이번 비욘드에선 빌런 이외의 새로운 인물로 '제이라'가 투입되었습니다. 주인공들과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되, 자기만의 사연을 가진 캐릭터입니다. 그 사연이라는 것이 정말 예전 전래동화에서 본 듯한 정말 식상한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매력있어요. 영화 전체적인 내용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묘사되어야하니 오히려 관객이 한번에 알아듣기 쉬운 쪽으로 그린 것같은데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소피아 부텔라의 매력적인 연기와 무쌍액션덕에 영화가 진행되면 될 수록 좀 더 알고싶고 궁금해지는 멋진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후반부 액션의 중심이 다시 커크로 옮겨지면서 조금 무대밖으로 밀려나게 되는데 오히려 더 아쉬웠을정도. 주인공들과의 케미스트리도 좋았고 다음 후속편에서도 꼭 합류했으면 좋겠더군요.

 빌런인 크롤의 경우는 조금 아쉽습니다. 갖출 것은 다 갖췄지만 2% 부족한 느낌입니다. 비기닝 때와 비슷하게 개인적인 아픔을 가진 빌런인데, 설득력은 떨어집니다. 힘도 세고, 나름대로 반전도 있는 악당인데 왠지 모르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최후반부 악당의 진정한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냥 표면상 당위성을 부여하기위한 인상이 강합니다. 필요해서 만들었는데 이유는 그냥 냅다 갖다붙인듯한 느낌입니다. 주인공들 반만큼이라도 묘사에 신경써줬다면 더 좋았을텐데 아쉬움이 남습니다.

 결론적으로 리부트 스타트렉 시리즈의 세번째 작품, 비욘드는 시리즈 특유의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묘미가 살아있는 여름용 블록버스터입니다. 블록버스터 특유의 뚝딱뚝딱 위기해결식 전개가 난무하긴 합니다만, 거슬리는 수준은 아니며 가볍게 즐기기에 딱 좋은 영화라 생각됩니다. 속도감있는 전개, 적절한 개그, 끝없는 폭발(...), 권선징악.. 무리수를 두지않고, 관객기대를 충족시키는 지나치게 정직한 영화랄까요. 요즘은 기본도 못 하는 영화가 태반인터라 이렇게 욕심을 덜 내더라도 정직한 영화가 차라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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