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소셜 스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2.22 [Review] 언프리티 소셜 스타(Ingrid Goes West, 2017)

 

*본문에 영화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주의해주세요.

 스토커 증세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가 퇴원한 주인공, 잉그리드는 잡지를 통해 아름다운 인스타그램 스타, 테일러에 대해 알게됩니다. 테일러의 계정을 팔로잉하며 그녀의 화려한 삶에 대한 동경을 키워가던 잉그리드는 테일러가 살고 있는 서부로 이사가기로 결심합니다. 온갖 거짓말과 스토킹을 통해 마침내 잉그리드는 테일러의 친구가 되는데 성공하게 되죠..

 테일러의 절친이 되는데 성공한 잉그리드는 테일러의 진짜 삶은 SNS에서 봤던 것만큼 마냥 장밋빛으로만 가득하진 않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하지만 생전 처음으로 우정과 유대감을 느껴본 잉그리드는 허울뿐인 소셜 스타의 삶에 도취되어 테일러의 절친으로 남기위해 발악합니다. 테일러와의 우정과 유대감은 비록 진짜가 아니지만, 잉그리드는 혼자서 외로울 바에 차라리 군중속에서의 외로움을 택한 것이죠. 잉그리드의 스토커짓을 두둔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맷 스파이서 감독은 SNS라는 현실감 있는 소재와 인간의 사랑받고 싶은 본능을 잘 혼합하여 요즘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영화 속 잉그리드의 행동은 황당하기 그지 없고 반감을 사기 딱 좋지만, SNS가 인간관계의 큰 축이 된 현대인들은 그녀를 보고 마냥 웃을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언프리티 소셜 스타는 정답을 갖고 시작하는 영화입니다. SNS를 이용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필터 가득낀 SNS 속 허울뿐인 모습보다 현실속의 진실된 자신, 인간관계가 더 소중한 것이란 걸 알것입니다. 잉그리드의 괴이한 여정 속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는 댄이 정답에 근접한 인물입니다. 댄은 인스타그램 속 잉그리드가 아닌 현실 속의 초라하지만 진실된 잉그리드의 진짜 모습을 사랑합니다. 그런 진짜배기를 못 알아보고 신기루같은 테일러와의 관계에 집착하는 잉그리드의 모습은 조금 답답하기도 하죠. 하지만 SNS의 좋아요 하나, 팔로워 하나가 주는 쾌감을 경험해본 적이 있다면 잉그리드의 선택 역시 이해할 수 있을겁니다. 인터넷이란 가상현실 속에서도 사랑받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니까요.

 자살시도후 깨어난 잉그리드의 첫 마디나, 병문안 온 댄보다 인스타그램 코멘트에 더 신경쓰는 그녀의 집착적인 행동은 헤어나올 수 없는 SNS의 중독성을 경고하는 동시에 오늘날 진실한 인간관계를 눈앞에 두고도 못 보는 우리 시대가 가진 원시(遠視)를 뼈아프게 드러냅니다. 죽음 끝에 겨우 소생한 주인공이 인스타그램에서 다시 삶의 의미를 찾다니, 이토록 지독한 아이러니가 어딨습니까?


P. S. : 언프리티 소셜 스타라는 국내 개봉명은 영화 자체는 잘 표현했지만, 이미 한물간 (그것도 이미 종영한!) 프로그램 명을 패러디했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하지만, 국내 개봉명보다 더 심각한건 국내용 포스터(...) 힙한 북미 포스터를 버리고 스틸샷과 유행어 따위로 조악하게 꾸민 국내 포스터는 마케팅팀에게 감 한 상자 선물하고 싶게 만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