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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14 [Review]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 2015)

*본문에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쥬라기 월드는 인간 캐릭터들에 대한 깊이도, 공룡들에 대한 색다른 접근도 없습니다. 영화처럼 인간, 공룡, 배경들 모두가 스릴있는 체험을 위한 도구들일 뿐이죠. 모든 것이 허물뿐이고, 결국 남는건 아무것도 없어요. 정말 실망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의 인간 캐릭터들을 보면서 저는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2015년에 나온 영화가 맞는 것인지 의심스러웠어요. 어쩜 메인 캐릭터들이 이렇게 하나같이 상투적이고 얄팍할 수 있는건지.. 적당한 유머 감각을 갖춘 체력좋은 남자 주인공과 츤데레성 여자 주인공, 별 도움 안되는 귀엽기만한 아역들. 여기서 캐릭터들은 관객의 예상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습니다. 공룡들에게 적당히 쫓길 수 있는 먹잇감 역할들이지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해할 수 없는 주인공들의 행동과 민폐들은 주인공에 몰입해야할 관객들이 등을 돌려버리게 합니다. 그 순간부터 관객은 그냥 이 공룡대소동을 관망하는 사람들로 전락해버리는거죠.

 무엇보다 이 영화에 저를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가 폭력을 다루는 태도예요. 유전자 변이로 탄생한 식인 공룡이 탈출해서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있는데 영화는 이를 정말 아무것도 아니란 식으로 묘사합니다. 이 영화에서 폭력은 그냥 볼거리에 불과합니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사람이 폭력의 주체가 아니란 것만으로 폭력을 이리 쉽게 용인했나요? 영화 속 캐릭터들은 모두 이 엄청난 살육전이 벌어지는 가운데에서도 헐리우드식 농담따먹기와 연애질하기 바쁩니다. 폭력의 수위가 약하거나, 그 폭력이 현실성있다고 판단하기엔 너무 과장되있었다면 저도 이해를 했을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공룡에게 잡아먹히는 사람들에 대한 묘사는 생각보다 노골적이고 셉니다. 폭력의 현실성있는 묘사에 비해, 그냥 살육도 엔터테인먼트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12세 관람가 영화로써는 분명 문제가 있는겁니다. 가족관객을 타겟으로한 영화인데 폭력에 대해 이렇게 생각없이 접근하다니 대체 제작진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제가 아이가 있다면 절대로 보여주고 싶지 않은 영화입니다. 이럴바에야 아주 잔인하게 만들어서 대놓고 R등급 고어괴수영화를 만들었어야죠. 영화의 얄팍한 태도는 킬링타임용 영화라쳐도 아이들과 함께보는 '가족영화'란 점에서 분명 악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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