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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3.25 [Review] 추억의 마니(思い出のマーニー, 2014)

*본문에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해주세요. 

 작년부터 기다렸던 작품인데 올해되서야 수입이 되가지고 뒤늦게 보게 되었습니다. 부진을 거듭하던 지브리 스튜디오의 마지막 작품이 된만큼 아쉬움과 더불어 기대감도 무척 컸어요.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만감이 교차했던 작품이었습니다.

 제게 지브리 영화라하면 긍정에너지가 넘치는 시끌벅적한 모험물이 먼저 떠오릅니다. 간혹 진지하고 메시지 가득한 영화들도 있었지만, 정점을 찍었던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같은 작품들이었죠. 그래서 추억의 마니 예고편을 보고서는 더 많은 기대를 품었습니다. 잔잔하고 따뜻한 우정 이야기라니.. 지브리같지 않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제 취향과 잘 맞을 것같았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다보고나니 이전 지브리 영화들에서 느낄 수 있었던 감동따위는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일단, 안나의 꿈과 현실을 교차하면서 전개가 정말 난해하게 느껴졌습니다. 영화가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듯 진행되고, 그 파편적인 환상과 현실 에피소드들의 나열이예요. 잔잔한 드라마를 표방하고있긴해도, 얼마든지 입체적으로도 구성이 가능한 이야기인데 이야기가 힘없이 나열만 되있으니 지루할 수 밖에요. 그렇다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 같지도 않고..

 주인공 캐릭터들에게 힘이 부족한 것도 별로였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가장 공감사기 쉬운 감정을 다루면서도 정작 주인공에게 이렇게 몰입하기가 힘든 경우도 처음이었습니다. 안나란 캐릭터가 타인들로부터 거리감을 두고 겉도는 배경이나 이유들을 설명은 해주는데 썩 공감가지가 않아요. 그냥 자기세계에 빠져있는 중2병 사춘기 소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행동이나 태도가 호감을 사는 타입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니란 캐릭터가 매력이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안나와의 첫만남부터 다짜고짜 다가와서 우정을 들이미는데, 데우스 엑스 마키나같은 존재로 느껴지지 외로운 소녀에게 손길을 내미는 친구같이 느껴지진 않아요. 마니와 안나의 우정이 무르익는 과정이 너무 부족합니다. 두 소녀의 시공간을 초월한 우정을 그린 영화인데 정작 그 우정에 공감할 수 없게되니까 그뒤 어떤 전개가 펼쳐져도 무감각하게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니의 정체가 밝혀지는 부분도 마음을 움직이는 큰 울림따윈 없었어요. 무감각하게 '아.. 그렇구나.' 싶을 뿐이지. 

 작화나 음악에서는 여전히 지브리의 내공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라져버리기엔 아까운 역사와 실력을 지닌 스튜디오입니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스튜디오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다면, 이건 하야오 이외의 인력에 투자하지 않았던 스튜디오의 책임이죠. 하야오의 1인 기업 이상의 의미를 지니긴 힘듭니다. 추억의 마니는 여전히 하야오 빠진 지브리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던지게하는 작품입니다. 정말 좋아했던 스튜디오라서 아쉬움은 더 크지만, 이젠 떠나보낼 때가 된 것 같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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