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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3.03 [Review]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

 

*본문에 영화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주의해주세요.

 일단 아미 해머의 캐스팅이 신의 한수입니다.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첫 눈에 반하는 이유를 한 번에 납득할 수 있는 캐스팅입니다. 그냥 스크린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탄성을 자아내는 미모랄까.. 아미 해머가 잘 생긴건 알고있었지만, 올리버만큼 그의 매력이 잘 드러난 캐릭터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자유분방하고 도발적인 미국인 손님 이미지가 배우 본인과 너무나도 잘 맞아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기면에서 아미 해머보다 빛나는 것은 단연 엘리오 역의 티모시 샬라메입니다. 원작 소설과 영화 모두 철저히 엘리오의 시점에서 전개되기 때문에 올리버는 자연스럽게 타자화되었기 때문입니다. 과하다 싶을 정도의 만연체로 주인공(엘리오)의 심경 하나하나를 모두 풀어낸 소설보다는 어느정도 객관화된 편이지만, 영화에서도 여전히 관객이 몰입하고 공감하는 인물은 엘리오입니다. 엘리오 역을 맡은 티모시 샬라메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재능을 한껏 펼쳐냅니다. 관객이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지 못하는 순간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영화인데,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가이드 역할을 매우 훌륭하게 해냈습니다. 특히 분한 듯 체념한 듯 모든 감정을 쏟아내는 결말의 여운은 그의 연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하지만, 퀴어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동성애 묘사에 너무나도 조심스러운 점은 조금 아쉽습니다. 갑자기 한 밤중의 창문 밖 풍경을 비추는 구식 연출은 영화 자체의 톤과 무척 잘 어울렸지만, 이후에 등장하는 이성애 장면은 오히려 적나라게 표현돼서 조금 모순된다고 느껴졌습니다. 구아다니노 감독도 여기에 대해 감정선에 집중하느라 그랬다는 둥 변명을 하긴했지만, 섹슈얼리티가 사랑만큼 중요하게 다뤄지는 원작소설을 생각하면 조금 갸우뚱스럽습니다. 하지만 담백한 표현수위 덕에 좀 더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영화가 될 수 있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표현수위 문제와 별개로 자식의 동성애를 너그럽게 보듬어주는 새로운 부모상을 보여준 점은 다시 상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이클 스툴바그가 연기한 특정장면(!)은 두 주인공의 애정씬보다 더 기억에 남는 명장면입니다. 이별의 슬픔마저도 포용하라는 펄먼 박사의 대사속에 이 영화의 진가가 담겨져 있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진 엘리오의 모습에서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나를 지지해줄 든든한 지원군이 있다는데서 느끼는 안도감,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게도 부모님이 비슷한 말씀을 해주셨던 적이 있어서 저도 보면서 눈물이 핑 돌았었네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은 첫 사랑의 추억을 아름답게 담아낸 영화입니다. 영화 속 올리버의 작은 한 마디, 작은 행동 하나에 기뻐하고 슬퍼하는 엘리오를 모습은 첫 사랑을 경험해본 관객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화가 단순히 퀴어영화로 치부되지 않고, 이성애자, 동성애자 관계없이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까닭도 여기 있다고 생각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올리버는 그저 우연히 남자였을 뿐, 엘리오에게 있어 첫사랑이란 사실은 그런 꼬리표에 흔들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름다운 이탈리아의 여름풍광과 시원스러운 사운드트랙, 첫사랑의 추억과 함께 여름이면 꾸준히 생각날 명작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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