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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2.09 [Interview] 프랑소와 오종 필름 스테이지 인터뷰(두 개의 사랑)

 두 개의 사랑은 지난해 말인가 프렌치 시네마 투어 기획전에서 인상깊게 본 작품인데, 리뷰를 올려야지 올려야지 생각만하다 마무리를 못해 아직도 못 올리고 있네요. 

 전 영 앤 뷰티풀로 오종 감독을 비교적 최근에야 알게되었는데, 프랑스 감독으로는 그나마 우리나라에 알려진 편인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개봉안 된 영화도 많고, 인터뷰도 거의 없더군요. 아쉬운 마음에 영어로 된 인터뷰를 한번 번역해보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영어권에서도 프랑스 영화 인기가 예전같지 않아서 인터뷰를 찾기 힘들었습니다.) 아래 글은 지난해 가을 필름 스테이지와 프랑소와 오종감독이 가졌던 인터뷰를 한글로 옮긴 것입니다. 의역이 다소 가미된 점은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필름 스테이지: 스위밍 풀부터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프란츠까지 정체성은 당신 영화에서 반복되는 주제이다. 두 개의 사랑이 기반을 두고 있는 조이스 캐롤 오츠의 원작 속에 나타난 정체성이란 소재는 어떻게 당신의 관심을 끌게 되었나?

프랑소와 오종: 나는 영화가 진행되면서 변화하는 캐릭터를 따라가는 것이 좋다. 안 좋은 상황에 놓인 캐릭터와 영화를 시작하고 싶었고, 영화가 끝날 쯤엔 다른 위치에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다. 이야기의 여정 속 주인공인 클로이가 바로 그런 캐릭터다. 영화 초반 클로이는 자기 내부 속에 무엇이 있는지, 자신에게 무엇이 잘못된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가 끝날 쯤에 그녀는 그것을 깨닫고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


필름 스테이지: 칸 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다. 두 개의 사랑은 내게 이번 영화제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였다. 다른 경쟁작들도 봤지만, 이 영화만큼 재밌게 보진 않았다. 영화를 만드는 것도 다른 "진지한" 영화들을 만들 때보다 재밌었나?

프랑소와 오종: 그렇다. 두 개의 사랑을 만드는 건 매우 즐거운 경험이었다. 영화 뒤편에서 미장센이 펼쳐지는 고전 영화에 가까웠던 프란츠를 만드는 것보다 확실히 재밌었다. 나는 이번 영화가 내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미장센의 다양한 효과들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느꼈다. 호러와 코미디, 이런 다른 장르들을 혼합해 볼 수 있었기도 하고. 그래서 내 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두 개의 사랑은 재밌는 경험이었고, 만들면서 정말 재밌었다.


필름 스테이지: 영화 촬영은 빨리 끝났나?

프랑소와 오종: 8주 동안 찍었다. 프란츠는 9주가 걸렸는데 사실 별로 차이나지 않는다. 내 영화들의 촬영기간은 대개 꽤 짧은 편이다.


필름 스테이지 : 칸 영화제와 관련해서 언론 시사회와 갈라 프리미어가 동시에 열릴 수 있도록 티에리 프레모[각주:1]가 스크리닝 스케줄 재조정을 고려한다는 얘기를 들어봤나?

프랑소와 오종: 난 몰랐었다.


필름 스테이지: 그가 이런 제안을 한 주된 이유는 부정적인 언론 반응이 프리미어 분위기를 자주 망치기 때문이라고 한다.

프랑소와 오종: 그건 좋은 생각이다. 나는 그런 상황이 인터넷, 트위터, 페이스북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한다. 언론인들이 영화를 보자마자 트위터로 평을 올리곤한다. 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는와중에도 이미 평론가들이 멍청한 사람들이 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그 영화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영화를 평가할 권리는 가지고있다. 하지만, 평론가들이 자신들이 쓸 평론에 대해 충분한 시간도 가지지 않는다면 그건 평론이라 부를 수 없다. 그렇게 되면 평론가들도 일반 관객과 다를바 없는 것이다. 그래서 난 티에리 프레모의 제안이 좋은 생각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자비에 돌란이 초기 언론 시사회 반응으로 짓밟혔다고 알고있다.[각주:2]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시간을 쏟아부은 결과물인데, 단 1분만에 완전히 짓밟혀버릴 수 있는 것이다. 알다시피 칸 영화제의 반응과 일반 관객의 반응은 매우 다를 수 있다. 칸 영화제에서는 명작이라 생각했던 영화가 막상 나중에 극장에서 개봉되면 "이게?" 싶은 경우도 가끔 있지 않나. 영화제에서는 너무나 많은 영화를 보기 때문에 항상 제대로된 판단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평론가들도 실수를 할 수 있다.


필름 스테이지: 일반적으로 볼 때 당신과 평론간의 관계는 어떤가? 당신도 평론을 읽나?

프랑소와 오종: 그렇다, 난 평론가들이 말해야 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알다시피 난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볼 영화를 만든다. 내가 생각하기에 난 그런 것들에 대해선 명확한 태도를 갖고있다고 본다. 내가 어떤 작품을 만들었고, 어떤 실수를 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나는 숙고한 결과 나온 의견들을 신경써서 읽어보려고 한다. 작품 내 논란으로 내가 많이 알려져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내 영화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싫어하기 마련이다. 난 그런 극단적인 반응에 익숙하다. 그런 반응은 곧 내 작품이 그저 그렇지 않다는 걸 말해주기에 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필름 스테이지: 그렇다면 부정적인 트윗에도 상처받진 않겠다.

프랑소와 오종: 그렇다. 난 그런데 있어서 꽤 달관했다.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평론가다. 20년이 지나고나서 내 작품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보자. 나쁘다고 여겨졌던 영화가 명작으로 재평가받는 일은 꽤 자주있는 일이다. 그래서 영화를 평가할 때 시간을 어느정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필름 스테이지: 일해보고 싶은 여배우가 있나?

프랑소와 오종: 난 여배우들이 좋다. 일해보고 싶은 여배우들은 많지만, 그 배우에게 맞는 역할을 기다릴 뿐이다. 역할이야말로 다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적당한 역할이 있어야 그 역할에 맞는 최고의 여배우를 찾을 수 있다.


필름 스테이지: 지난 몇년간 전세계에서 양질의 LGBTQ 영화들이 쏟아져 나왔다. 퀴어 시네마의 아이콘으로서 그런 영화들에 퀴어/LGBTQ 꼬리표를 붙이는 것이 아직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프랑소와 오종: 난 그런 과정이 영화가 관객을 찾는데 언제나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지않으면 관객몰이가 힘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퀴어 시네마" 라벨에 적합한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그런것에 반대하진 않는다.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으로 베를린 영화제에서 테디 어워드를 수상한 것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그때까지 난 잘 알려져 있지도 않았고, 테디 어워드를 수상했다는 사실로 인해 퀴어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필름 스테이지: 지난 몇년간 퀴어 시네마에서 당신의 이목을 끈 신인 영화인이 있었나?

프랑소와 오종: 몇주전에 파리에서 로빈 캉필로의 120BPM을 보았다. 매우 재밌게 봤다. 내가 그 시기를 겪었기에 더 인상 깊었다. 내가 ACT UP 미팅에 참가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가 그 시기를 성공적으로 영화로 옮겼다고 말할 수 있다. 로빈 캉필로의 전작 이스턴 보이즈도 정말 좋았다. 로빈 캉필로는 현재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가장 실력있고 흥미로운 감독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필름 스테이지: 당신이 독일어도 하고, 젊었을 때는 함부르크에 있는 펜팔을 방문하기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다.

프랑소와 오종: 사실이다.


필름 스테이지: 독일 영화 문화가 당신의 영화에 영화를 미치기도 했나?

프랑소와 오종: 영화를 배우는 사람으로서 파시빈더[각주:3]를 발견한 것은 내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파리 라틴지구에서 열린 파시빈더의 회고전에서 그의 모든 작품을 감상했고, 그의 강렬한 작품에 매료되었다. 그의 나라, 2차 대전이후 독일 사회에 대해 말하는 그의 영화들은 매우 진실되고 강렬했다. 파시빈더는 장르를 뒤섞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매번 같은 배우들과 함께 일해도, 작품마다 방향성은 매우 다르다. 파시빈더는 확실히 내 롤모델 중 한 명이다.


필름 스테이지: 2012년에 당신은 베를린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기도 했다. 경쟁작들을 보고나서 나는 프랑소와 오종이라면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바바라와 미구엘 고메즈의 타부를 좋아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둘 다 황금곰상은 못탔지만..

프랑소와 오종: 황금곰상 선정에 있어서 격렬한 논쟁이 있었다. 두 작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였다. 사실 심사위원 경험은 좀 고통스러웠다. 심사는 민주주의지만 난 독재자가 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오늘에서야 말하지만 심사위원 중 나만 유일하게 터부를 지지했다. 미구엘 고메즈가 알프레드 바우어상 밖에 못받아서 꽤 화나있어서 그에게만 이 사실을 말해주었다. 내가 없었으면 아무 상도 못받았을 거라고.


필름 스테이지: 말도 안돼(...)

프랑소와 오종: 그렇다. 바바라를 가지도 심사위원들과 싸웠다. 난 바바라가 황금곰상을 받길 원했다. 내게 있어 황금곰상은 바바라와 터부 중 이중택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고, 영화제가 끝날 쯤엔 넌더리가 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좋은 경험이었다. 보통 난 심사위원자리는 늘 거절했는데, 그해 심사위원들은 모두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기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데 있어선) 모두 생각이 달랐다. 내가 존경하는 사람들이 모두 좋은 취향을 갖고있진 않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필름 스테이지: 그해 황금곰상은 결국 시저는 죽어야 한다에게 돌아갔다.

프랑소와 오종: 그 영화는 심사위원장이었던 마이크 리가 가장 좋아한 작품이었다. 내가 다음에는 심사위원장만 맡고 싶다 얘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필름 스테이지: 당신은 칸 영화제에서도 당신이 존경하는 영화인들이 심사위원이 되면 때때로 "의문이 드는" 결정을 내린다고 말한 적 있다.

프랑소와 오종: 내가 볼 때 올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각주:4]은 페드로 알모도바르[각주:5]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아니었다. 심사위원장이 자기 선택을 강요하는데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올해는 아니었던 것 같다. 알다시피 수상자 선정은 싸움이다. 심사위원이 되면 마냥 기쁠거라 생각하지만, 사실 일이 엄청 많다. 수많은 논쟁과 싸움을 거쳐야한다. 제이크 질렌할과는 자주 의견이 일치했던걸로 기억한다. 헐리웃 배우인 그와 의견이 잘 맞아서 놀랐다. 그와 팀을 이뤄서 다른 심사위원들과 맞서 싸우기도 했다.


필름 스테이지: 바바라에 나온 니나 호스는 알고 있나? 언젠가 그녀와 당신이 일한다면 멋질 것 같다.

프랑소와 오종: 그렇다, 그녀를 안다. 니나 호스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연출을 맡은 연극에 출연했을 때 날 초대했었다. 우리는 가끔 보는 사이다. 그녀는 훌륭한 배우다.


필름 스테이지: 당신은 파시빈더의 작품을 개작(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각주:6]하거나 독일과 합작(프란츠)을 하기도 했다. 독일 소재를 다루거나 독일 제작진과 함께 일해본 경험은 어땠나?

프랑소와 오종: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은 프랑스 영화에 더 가깝다. 프랑스에서 찍었고, 미국인들이 프랑스인척 하던 40년대, 50년대 헐리웃 영화에 가깝게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배우들이 독일인인척 했을 뿐. 프란츠에서 독일 제작진과 함께 일한건 좋은 경험이었다. 독일 제작진이 프랑스 제작진이 어떻게 일하는지 보고 꽤 놀랐을거라 생각한다. 프랑스에서는 감독의 비전이 중요하고, 모두가 (감독이 제시한) 방향을 향해 작업한다. 다른 국가에서는 늘 그렇지만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필름 스테이지: 당신은 같은 제작진과 함께 여러번 작업하고 있다. 촬영감독 요리끄 르 소[각주:7]가 그 예이다. 시트콤(1998)을 통해 당신은 감독으로, 요리끄 르 소는 촬영감독으로 영화계에 데뷔했다고 알고있다.

프랑소와 오종: 그렇다. 그는 매우 좋은 촬영감독이다. 내가 알기로 요리끄 르 소는 현재 클레어 데니스와 독일에서 촬영중이다. 우리는 영화학교에서 만나 친구가 되었고, 여러 작품을 함께 만들었다. 앞으로도 함께 더 작업하길 바란다. Fin.

  1. 칸 영화제 집행 위원장. [본문으로]
  2. 2016년 칸 영화제에서 자비에 돌란은 단지 세상의 끝으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면서 논란에 휩싸인 바 있습니다. [본문으로]
  3.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뉴 저먼 시네마 시네아티스트들 가운데 가장 왕성한 활동을 펼친 감독입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1982년 37세의 나이로 요절했습니다. [본문으로]
  4. 더 스퀘어(The Square). [본문으로]
  5. 2016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본문으로]
  6. 파시빈더의 연극을 영화화. [본문으로]
  7. 프랑소와 오종 감독과는 스위밍 풀, 시트콤과 같은 작품에서 함께 작업한 촬영감독입니다.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등의 작품의 촬영을 맡기도 하였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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