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에 영화와 소설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주의해주세요.

 2년전 영화판 1편을 정말 재밌게봐서 원작소설을 살까말까 고민했었는데 영화와 원작이 판이하게 다르단 말도 있고, 소설의 결말을 알게되면 속편보는 재미가 떨어질까봐 지난주에 2부를 보고나서야 원작소설 세트를 구입했습니다. 원래 책 읽는걸 그렇게 좋아하는 타입도 아니고, 원작 소설이 3권(국내판 기준 1,852쪽)이나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터라 배송을 받고 나서야 그 분량에 압도 당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기 시작하니 뭔가 달랐습니다. 술술 잘 읽힌다는 말이 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렇게 원작소설을 5일만에 독파하고 나니 스티븐 킹이 왜 인기작가인지도 알 수 있었습니다.

 원작소설은 영화와 다르게 시간적 배경과 서술시점이 끊임없이 교차되는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루저클럽 일원 7명 뿐만 아니라 조연들 시점도 소개되기 때문에 처음에는 조금 산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읽다보면 자연스레 적응도 되고, 각 시점이 바뀌는 장면 전환도 기막힌 지점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독서에 상당한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원작소설 역시 성인층을 타깃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폭력, 성 묘사가 엄청 과감한 편입니다. 하지만, 영화와 마찬가지로 루저클럽의 '우정'에 좀 더 방점이 찍혀있다보니 '공포'가 중심이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영화나 소설이나 페니와이즈가 선사하는 공포보다는 루저클럽 일원들이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주고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모습이 더 흥미롭고 그려지기 때문에 본질적인 측면에선 영화판도 원작의 정신을 잘 이어받았다고 생각합니다.

 호러적인 요소들을 고려할 때 소설의 과거시점은 50년대 말인터라 그 당시 아이들이 무서워하던 것들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현시점에서는 별로 유효하지 못하다는 게 흠입니다. 체감도 힘들 뿐더러 무섭지도 않죠. 장르적인 관점에서는 그러한 소재들을 현대적으로 업데이트한 영화판에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영화판 2편이 개봉하고 난 뒤 후반부 그것과 최후의 결전이 많이 비판받고 있는데, 저 역시도 이 부분에 대해 어느정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원작소설을 읽고나서 돌이켜보니 영화를 저 정도로 각색한 것도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소설에선 '쿠드 의식'이 우주차원에서 펼쳐지는 정신대결로 그려지는데 이는 시각화하기도 까다로울 뿐더러 그대로 옮겼다간 정말 뜬금없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내용이 안드로메다로 갈 수 있는거죠. 영화판에서 최후의 결전부분은 주인공들이 페니와이즈에 대한 두려움을 버리고 페니와이즈를 다굴(...)하기 시작하면서 상대방의 공포를 먹고사는 페니와이즈가 무너지는걸로 그려집니다. 2편에서도 쿠드 의식에 실패한 루저클럽이 결국 이 방법으로 돌아가죠. 솔직히 1편 때 내용을 그대로 복붙한 것이기 때문에 그다지 좋게 보이진 않습니다.

 하지만, 같은 내용의 반복은 소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설에선 어린 시절의 루저클럽 역시 쿠드의식을 통해 페니와이즈를 무너뜨리고, 성인 시점에서도 이를 반복할 뿐입니다. 영화와 다르게 원작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과거와 현재 시점이 교차되고, 성인이 된 루저클럽이 어린시절 페니와이즈를 물리친 방법을 최후의 결전에 이를 때까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린시절 페니와이즈를 쿠드의식으로 물리쳤다는 기억은 성인시점에서 최후의 결전 직전에서야 드러나기 때문에 반복하기는 마찬가지 입니다. 

 영화판 2편에서 성인이 된 빌 덴브로가 결말을 개떡처럼 쓰는 소설작가로 끊임없이 욕먹는데 이는 분명 셀프 디스입니다. (스티븐 킹마저 영화에서 카메오로 출연해서 빌을 디스하는거 보면 작가 본인도 인지하고 있는 비판인걸 알 수 있습니다.) 영화판 1편이 이미 일부 내용에서 새로운 전개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2편 후반부에서 갈등해결방식을 아예 새로운 전개로 밀고 나갈 수 도 있었을텐데 굳이 1편의 재탕을 선택한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럴거면 같은 방식이라도 제대로 업데이트를 했어야죠. 영상화는 어차피 2차 창작이고, 주제의식면에선 1편부터 이미 원작을 충분히 존중했기 때문에 조금 더 머릴 굴려서 더 과감하고 새로운 엔딩을 보여줘도 관객들이나 원작팬들이나 큰 거부감은 없었을 겁니다.

 소설은 방대한 배경 및 심리 묘사가 가능하기 때문에 디테일면에서 영화보다 훨씬 뛰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시간적인 한계와 시각적 묘사에 의존해야하는 표현적인 한계가 분명합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보다 원작소설을 미리 접하는 경우 실망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하지만 그것일 경우, 영상화를 거치면서 원작소설과 다른 시간적 배경과 전개방식을 취했고, (방대한 분량을 모두 그릴 수 없으니 여건상[각주:1]) 원작의 내용을 상당부분 오리지널로 각색해서 원작소설과는 차별화 된 지점이 꽤 많습니다.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내가 본 영화가 맞나 싶은적이 많았지만 부정적 의미에서 든 의문은 아니었어요. 소설은 소설대로, 영화는 영화대로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동시에 흐지부지한 결말은 공유하고 있지만...) 

 원작이 가진 명성과 팬들의 기대를 고려할 때 두 편의 영화판 모두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1편은 2편이 없다치고 독립적인 영화로 봐도 충분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지닌 '성장드라마'였고, 2편은 1편의 다운그레이드판이지만 1편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그 다운그레이드판 또한 수용가능한 품질의 작품이란거죠. 1편의 성공에 기대긴 했어도 헐리웃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코스믹 호러 어드벤처'물에 도전한 점은 박수받아 마땅합니다.

  1. 원작에 대한 충실함을 따지자면 원작소설은 2편의 영화로는 어림도 없는 분량입니다. 정말 원작에 충실하고 싶다면 미니 시리즈 드라마의 포맷이 가장 적절해요.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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