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버즈 오브 프레이를 재밌게 봤습니다. 내용 자체가 너무 단순해서 평범한 전개였다면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이었을텐데 초중반에 펄프픽션 스타일로 시간대를 살짝 뒤섞어놓은 것이 신선했습니다. 킬링타임용일지언정 자신만의 톡톡 튀는 개성이 빛나는 영화였다는 점에서 칭찬해주고 싶었습니다. 다만, 액션씬에 있어선 두 가지 이유로 좀 복잡한 심경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 불만은 대다수 스턴트가 평범한 남성액션처럼 그려졌다는 점입니다. 액션 쪽은 존 윅의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이 참여했다고 하던데 스턴트 안무나 동선 자체는 정말 좋았습니다. 하지만, 여성액션인 만큼 스피드나 무기력에 중점을 둔 액션을 기대했는데 어찌 스턴트들이 죄다 근력이나 힘을 과시하는 쪽이라 어라 싶은 부분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네요. 신체적 한계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가 뚜렷한게 현실인 만큼 여성액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는데 남성액션물과 차이가 거의 없어보여서 좀 아쉬웠습니다. 

 '힘'을 보여주는 액션이 남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저의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 캐릭터들에게 있어 그들의 '힘'에 대한 특별한 설정이 전혀 부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평범한 악당들도 아니고 보디빌더급 근육 빵빵한 남자들이 여자들 발차기 한방에 픽 꼬꾸라진다는 스턴트 자체가 설득력이 안 느껴졌습니다. 헌트리스는 킬러들한테 길러져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는 묘사도 있었고, 석궁을 중심으로 액션이 펼쳐져서 그럴듯하기라도 했어요. 반면, 여형사나 블랙 카나리의 스턴트는 펀치나 발차기 액션을 중심으로 힘을 강조한 경향이 특히 더 강한데, 두 캐릭터 모두 원더우먼처럼 힘에 있어서 슈퍼파워를 지닌 것도 아닌데 스턴트를 이런 식으로 구성했다는게 좀처럼 믿기지 않았습니다. 할리퀸은 야구방망이나 망치를 많이 쓰긴 했지만, 묘하게 엄청난 발차기력의 소유자로 그려져서 좀 의문스러웠습니다.

 두 번째 불만은 앙상블 액션영화임에도 불구하고 합동전투씬이 매우 빈약했다는 점입니다. 중반부 할리퀸의 경찰서 난입씬은 앞서 말했던 첫 번째 불만을 차치하더라도 할리퀸의 경쾌한 에너지가 가득 느껴져서 단점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만족스런 액션씬이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되야했던 놀이동산에서의 합동전투씬은 캐릭터들간의 케미스트리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고, 액션면에서도 서로의 합을 거의 볼 수 없는 중구난방 스턴트가 펼쳐져서 초중반부터 쌓아온 흥분감에 찬 물을 끼얹었습니다. 영화 제목도 '버즈 오브 프레이'고 여성 캐릭터들의 연대를 강조한 영화에서 여성캐릭터들이 모두 모여 걸파워를 보여줘야할때 가장 재미도 없고 지루한 연출이 이어졌다는게 좀 아이러니했습니다. 정작 놀이공원에서 탈출한 뒤 로먼을 추격할 때 펼쳐지는 롤러 블레이드 추격씬은 또 잘 만들어져서 더더욱 이상했구요. 수많은 액션씬 중 유독 그 장면만 재미가 반감되서 영화에 대한 전체적 인상을 구겼다는 느낌입니다. 

 배우들의 스턴트 연기에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스턴트 감독이 짜준대로 열심히 훈련해서 최선을 다했다는게 영화에서 고스란히 드러났으니까요. 다만, 후속편이 나온다면 남성 액션영화를 그대로 복붙해서 성별만 반전시키기 보다는 여성 액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개성을 좀 더 살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장단점이 뚜렷하지만 나쁘지 않은 첫 시작입니다. (이 영화가 흥행한다면) 부디 후속편에선 차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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