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전 워너 브라더스는 2021년 개봉예정작을 모두 극장 개봉과 동시에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에 동시 공개한다고 발표하며 헐리웃 영화계에 큰 파장을 불러왔습니다. 워너 브라더스의 선택에 대한 갑론을박이 진행중인 가운데 워너의 폭탄선언이 가져온 후폭풍을 다룬 기사가 있어 옮겨와 봅니다. 해당 기사는 헐리웃 리포트지의 12월 7일자 기사, "크리스토퍼 놀란, 워너 브라더스의 플랜을 맹비난하며, HBO Max를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헐뜯다(Christopher Nolan Rips HBO Max as "Worst Streaming Service," Denounces Warner Bros.' Plan)"입니다. 오역과 의역이 어느정도 있을 수 있으니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워너 브라더스의 플랜을 맹비난하며, HBO Max를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헐뜯다 by Kim Masters


많은 영화 종사자들-제작자, 감독, 배우와 그들의 대리인들[각주:1]-에게 2020년 12월 3일은 불명예스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업계 최고의 영화 제작자와 스타 배우들이 현시대 가장 위대한 스튜디오와 일한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가, 다음날 일어나보니 자신들이 최악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는걸 깨달은 꼴이죠". '배트맨 비긴즈'로 워너 브라더스와 인연을 맺기 시작한, 영화 감독 크리스포터 놀란이 헐리웃 리포터지에 밝힌 입장이다.


놀란 감독은 "워너 브라더스는 감독의 작품을 극장과 가정, 모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훌륭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고 있는 이 순간에도 워너 브라더스는 그 시스템을 해체하고 있습니다. 워너 브라더스는 지금 자신들이 무엇을 잃고있는지 모르고 있어요. 그들의 결정은 경제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가볍게 주식투자 하는 사람들도 (시스템) 붕괴와 기능 장애 정도는 구별할 줄 알아요"라 덧붙이기도 했다.


악몽같았던 그날 아침, 워너미디어 스튜디오 앤 네트워크 그룹의 회장겸 CEO인 앤 사노프와 워너 브라더스 필름 스튜디오 회장, 토비 에머리히는 메이저 에이전시 수장들에게 전화로 워너가 극장 상영 기간 협약[각주:2]을 부수고, 2021년 개봉예정작 17작품을 모두 관객 수용이 가능한 극장들에 개봉시키는 동시에 자사의 비틀대는 스트리밍 서비스, HBO Max에도 공개하겠다는 폭탄선언을 날렸다.


업계 종사자들에겐 놀랍게도, 정보원에 따르면 해당 아이디어는 워너 브라더스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캐롤라인 블랙우드로 부터 나온 것이라고 한다. 캐롤라인은 상대적으로 약한 2021년 자사 개봉예정작 라인업을 보며 잠재적인 박스 오피스에서의 실패를 피하면서 동시에 스트리밍에 집착하는 상관들의 비위를 맞출 수 있는 기회를 발견한 것.


(워너 브라더스의 깜작 발표에) 헐리웃은 바로 격노했고, 전투를 위한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업계 한 탑 탤런트 에이전시는 "워너가 큰 실수를 한거예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 회사에 화를 내고있는건 본 적이 없습니다."라 말했다.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해당 에이전시는 현재 놀라고, 분노한 클라이언트들의 전화통화에 응대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한편, 칼을 갈며 전투에 대비 중인건 변호사들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논의없이) 자체적으로 해당 영화들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에 넘겼거나, 어쩌면 부정하게 행동했을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부 탤런트 대리인들은 워너의 결정이 잔여금 상황에 영향을 미칠경우 이해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해당 영화들을 작업했던 다른 이들에게도 영향을 끼칠거라며, 조합도 이 일에 합류하길 바라는 모양새다. (미국 작가 조합[각주:3]은 코멘트를 거절했다.)


워너의 결정은 큰, 어쩌면 실존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이 한 번 뿐일 지도 모르는, 코로나 사태를 빌미로한 결정으로부터 극장들이 과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한 번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기 힘들고, 누구도 워너의 이번 결정이 일시적인 것일 뿐이었다고 믿지 않는다. 집에 있으면 대작들이 스스로 찾아온다고 소비자들을 학습시킬때 극장주들이 입을 피해는? 그리고 워너는 중요 제작자, 감독, 조합, 배우들로부터 받을 심각한 반발에 직면할까? 한 에이전트는 "워너는 철저히 탤런트와 영화제작자들에게 친화적인 스튜디오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더이상 첫 번째로 일하고 싶은 스튜디오가 아니게 됐어요. 두 번째, 세 번째로도 아니예요."라 말했다.


헐리웃의 많은 사람들은 워너미디어가 이렇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이유가 스트리밍에 미친 월 스트리트 비위를 맞추는 동시에 860만명이란 저조한 구독자수로 시작한 HBO Max의 미진한 런칭을 무마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 유명 에이전트는 워너미디어의 최고간부들과 모회사(AT&T CEO 존 스탠키와 워너미디어 CEO 제이슨 킬라, 앞서 언급했던 앤 사노프)가 영화산업 뿐만 아니라 스튜디오와 탤런트 간의 관계도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킬라가 극장측에 립서비스를 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 베테랑들은 워너가 그간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포맷과 플랫폼으로 자사 콘텐츠를 판매함으로써 얻었던 막대한 이익을 희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너가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전부터 이미 에이전트들 사이에선 1년 넘게 워너미디어 스튜디오 앤 네트워크 CEO직을 맡았음에도 영화계쪽 핵심인력들과 친분을 맺지 못하고, 그렇다할 인상도 남기지 못하고 있었던 앤 사노프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고 한다. 영화인들의 분노가 (워너 브라더스 필름 스튜디오 회장, 토비) 에머리히에게 향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워너의 주요 탤런트를 대리하는 한 에이전트는 "토비의 열정은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 뿐이다"라 덧붙였다.


해당 발표가 있었던 주말까지 에머리히는 2021년에 예정된 프로젝트들에 연관된 영화제작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예고없이 그들 영화가 스트리밍으로 갈 일은 없을거라며 안심시켰다고 한다. 워너의 주요자산과 연관된 한 프로듀서는 "누구라도 토비가 해당 상황에 대해 통제권이 있다고 믿었을거예요."라 말했고, 한 에이전트는 "토비는 아마 최악의 (해당 발표가 있었던) 주말을 보냈을 겁니다, 물론 제가 거기에 대해 안타깝게 느끼는건 아니고요."라 말했다.

정보원에 따르면 에머리히는 '인 더 하이츠[각주:4]'의 감독, 존 추 감독을 달래기 위해 '인 더 하이츠'는 여전히 전세계 극장 개봉될 거라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워너 브라더스가 (극장/HBO Max 동시공개 예정인) 해당영화들이 HBO Max에 공개되도 불법 유포 및 다운로드가 곧장 일어나지 않을거란 순진한 생각에 빠져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중진은 스트리밍 동시 공개가 되는 순간 즉각적으로 완벽한 버전의 영화가 모든곳에 유포될거라고 지적했다.


워너미디어가 해당 영화 관계자들에게 큰 수표를 써줄 준비가 되면 현재의 분노는 사그라들 것이다. 한 대리인은 "워너에겐 지금이 탤런트들과의 관계를 바로잡을 수 있는 최고로 중요한 순간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현재까지 그들에게 안내된 바로는 워너쪽이 그들에게도 소위 "원더우먼 머니-'원더우먼 1984'가 HBO Max로 옮겨가면서 해당 영화의 이해관계자들이 받은 관대한 액수의 돈-"라 불리는 만큼의 금액을 줄 것 같진 않다고 밝혔다. 


시리즈의 3편 제작을 희망하며 워너미디어는 갤 가돗과 핵심 인력들에게 몇천만 달러[각주:5]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로인해 (HBO Max 동시공개 결정에 따라 다른 영화 관계자들에게 지급해야할 금액에 대한) 기준이 높아지게 되었다. 정보원들에 따르면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는 축에 속한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의 제임스 건 감독마저 워너 브라더스가 폭탄선언 이후 자신과 동료들에게 제시한 실망스런 보상방안을 반기지 않는 모양새라고 한다.


그래도 최소한, 워너미디어는 17개 영화와 관련된 다수의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보상책을 놓고 메이저 에이전시들과 고된 협상문을 열어놓긴 했다. 워너쪽 회계사들은 2021년 개봉예정작을 전원 HBO Max행 시킬 때 드는 비용에 이로인해 널리 예상되는 법적 문제에 들어갈 비용까지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HBO Max 동시공개작, 17개 영화들의) 해당 이해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작품을 스트리밍 동시 공개를 전제로 애플이나 넷플릭스 등 타스트리밍 업체에 판매할 경우 받을 수 있는 금액을 알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한 상태에서 워너미디어가 해당 영화들을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에 넘겼기 때문에 워너미디어가 스스로를 노출시킨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믿고 있다. 워너 미디어의 사적 금융거래에 대한 혐의가 따라올 것은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많은 이들이 레전더리[각주:6]가 첫 번째로 법적 문제를 제기할 스튜디오라 생각하고 있다. 워너는 넷플릭스가 -올 3월에서 11월, 2021년 5월로 세 차례 개봉일을 연기한-'고질라 vs. 콩'의 판권을 두고 2억 2,500만 달러보다 높은 액수를 제시하는 제안을 이미 거절한 바 있다. 레전더리가 영화 예산의 75%를 투자했지만, 해당 영화의 판매를 제한할 수 있는 파워를 가진건 워너쪽이고 실제로 그렇게 했다. (넷플릭스 제안을 워너가 거절한 뒤) 레전더리는 워너쪽에 그러면 HBO Max에 영화를 스트리밍할 수 있는 계약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으나 워너쪽 간부들로부터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했고, 12월 어느날 아닌 밤중에 홍두깨로 자신들과 협상도 없이 워너가 '고질라 vs. 콩'을 워너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에 동시공개할거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레전더리의 더 비싼 프로젝트인 '듄'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워너 영화에 투자한, 빌리지 로드쇼나 브론같은 다른 회사들도 분개하고 있으며, 워너와 한 판 붙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리고 탤런트들[각주:7]이 있다. '듄'의 감독 드니 빌뇌브는 자신의 작품에 있어 전통적인 극장 배급이 필수적이라고 강하게 믿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차기작, '인 더 하이츠'를 두고 린마누엘 미란다와 함께 업계 여러 회사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공동체적인 극장경험을 중시해서 넷플릭스의 거대한 제안도 뿌리치고 워너에서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만들었던 존 추 감독은 업계 동료에게 워너의 결정을 통보받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정보원들에 따르면 워너미디어 내부관계자들은 디즈니가 자신들의 선례를 따라 자사 영화들을 디즈니+에 동시 공개 해주길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작년에만 70억달러 수익을 냈던 디즈니가 워너의 자취를 따라갈 가능성은 요원해보인다. 대신, 디즈니는 '크루엘라'와 몇몇 자사 개봉예정작 중 일부를, '해밀턴'과 '아르테미스 파울'에 했던것처럼, 스트리밍으로 독점공개할지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에이전트들은 디즈니일 경우 워너가 했던 것과는 극명히 대조되게 스트리밍행을 처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해당 에이전트는 디즈니는 일방적으로 일처리를 하진 않는다며, 디즈니는 스트리밍행을 시키더라도 해당 작품의 이해관계자들에게 먼저 연락해 수월한 일처리를 도왔다고 덧붙였다.


디즈니+가 자사의 유명 IP에 기반을 둔 '만달로리안'의 히트로 부터 많은 이익을 얻으며 HBO Max의 구독자수를 초라해 보이게 만들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워너의 경쟁사에 몸담고 있는 한 임원은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가 런칭된 적은 없었다.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는 극장에서, 오프닝주와 함께 시작한다"고 말한다. 현재까지도 그런 프랜차이즈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머천다이즈 판매와 테마파크 어트랙션을 주도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워너는 테마파크 사업을 하고 있진 않지만, 현재 (워너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HBO Max로 직행 시켰을 그런 영화들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어왔다. 작년 워너의 메가히트작, '조커'를 생각해보자. 필름-스튜디오의 수장이었던 에머리히는 이 프로젝트에 호감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조커 제작을 지지했던 사람은, 현재는 워너에서 밀려난 월드와이드 마케팅 사장이었던 블레어 리치였다. 에머리히는 '조커'의 예산을 낮게 책정함으로서 토드 필립스 감독의 제작의지를 꺾으려 했으나, 제작자들이 집요하게 설득 끝에 영화 예산의 절반을 대기로 결정한다. '조커'는 사회적인 현상이 되어 전세계적으로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올리는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을 배출하는데 영예를 누렸다. '조커'가 만약 HBO Max에서 공개되었다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었을까?


그들의 반대되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AT&T 회장 존 스탠키나 제이슨 킬라가 영화 유산을 지키는 일에 관심이 없을거라 생각한다. 킬라는 워너 브라더스의 결정이 팬들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며, CNBC와의 인터뷰에선 "우리 하루의 시작과 끝이 고객에 집중한다면 우린 업계 리더가 될 것이다"라며 자신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킬라의 발언은 넷플릭스의 신작, '맹크' 에서 반백의 베테랑, 허먼 맹키위츠가 벼락스타, 오슨 엘스에게 건네는 주의 섞인 대사를 떠오르게한다; "이 친구야, 자네는 아웃사이더야. 나야 화를 사도 달라질 건 없지만, 자네 같은 자칭 팔방미인은 뒤에서 이를 가는 사람이 많다고."


이것은 또한 할리웃의 오래된 격언을 무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콘텐츠가 왕이다. 콘텐츠는 예술가들로부터 나오는 것이고, 예술가들이 언제나 돈에 동기부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워너와 함께 일하는 핵심 탤런트들을 대리하는 한 에이전트는 말하길, "워너는 가장 인재 친화적인 스튜디오로서 몇십년간 축적된 유산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워너가 이제 과거의 유산과 작별하고, '우린 인재들 따위에 관심없다'고 환한 글씨로 써진 간판에 불을 켜놓은 꼴입니다."

  1. 매니저와 에이전시 등 [본문으로]
  2. theatrical window. DVD/블루레이, PVOD 등 영화가 2차 시장으로 넘어가기 전 일정기간 동안 극장상영을 보장한다는 배급사와 극장사이의 협약을 뜻합니다. 한글로 딱히 대체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극장 상영 기간 협약'이라 부르겠습니다. [본문으로]
  3. Writers Guild of America. [본문으로]
  4. 린 마누엘 미란다가 작사/작곡한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영화화하는 작품. [본문으로]
  5. 루머로는 갤 가돗과 페티 젠킨스 감독이 각각 천만 달러씩 보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본문으로]
  6. '고질라 vs. 콩', '듄' 제작사 [본문으로]
  7. the talent란 말 자체가 미국에선 재능을 가진 사람들-감독, 배우 등-을 모두 총칭합니다. 그냥 '업계의 인재들'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인재'라 번역하기엔 좀 그래서 그냥 탤런트로 그대로 갔습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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